종합 점수는 이렇게 만들어져요
종합 점수라고 하면 대단한 계산이 있을 것 같지만, 구조 자체는 단순해요. 여러 지표를 각각 점수로 바꾼 뒤 더하는 거예요. 순서대로 보면 이래요.
| 단계 | 하는 일 | 예시 |
|---|---|---|
| ① 지표 계산 | 종목마다 여러 숫자를 구함 | RSI, 이동평균 이격, 거래량 변화 등 |
| ② 점수로 변환 | 각 숫자를 정해진 규칙으로 점수화 | RSI 30 이하면 +점, 70 이상이면 제외 |
| ③ 가중 합산 | 항목별 비중을 곱해 다 더함 | 수급 항목 비중을 절반으로 내린 상태 |
| ④ 순위 매기기 | 점수 높은 순으로 줄 세움 | 상위 몇 종목만 목록에 올림 |
핵심은 ②와 ③이에요. 서로 단위가 다른 숫자들을 억지로 같은 자에 올려놓는 과정이거든요. RSI는 0~100이고, 거래량 변화는 배수고, 이격도는 퍼센트예요. 이걸 그냥 더할 수는 없으니 각각을 점수로 바꿔요. 그런데 바꾸는 규칙(몇 점을 줄지, 어디를 기준선으로 할지)은 사람이 정한 거예요.자연법칙이 아니라 설계 결정이고, 그래서 틀릴 수 있어요.
점수는 발견된 게 아니라 만들어진 숫자예요. 만든 사람이 어떤 지표에 얼마를 줄지 골랐고, 그 선택은 검증으로 조정되긴 해도 결코 유일한 정답은 아니에요.
오해 ① 점수가 높으면 오른다
가장 흔하고 가장 비싼 오해예요. 점수가 하는 일은 과거 데이터에서 그 조건을 만족했던 종목들의 평균이 조금 나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뿐이에요. ‘조금’이 얼마나 작은지는 뒤에서 숫자로 보여드릴게요.
점수는 개별 종목의 미래를 말하지 않아요. 여러 종목을 평균했을 때의 아주 약한 기울기를 말해요. 이 둘은 정말 다릅니다. 평균이 조금 나은 집단에서 한 종목을 뽑았을 때, 그 종목이 오를 확률은 동전 던지기보다 아주 조금 높은 정도예요.
게다가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지표와 이후 수익률의 관계는 시장 상황에 따라 부호가 뒤집혀요.어떤 구간에서는 점수가 높은 쪽이 더 오르고, 어떤 구간에서는 점수가 높은 쪽이 오히려 덜 올라요. 즉 “점수가 높으면 오른다”는 문장은 시기를 특정하지 않으면 참도 거짓도 아니에요.
오해 ② 점수가 높으면 좋은 회사다
점수는 회사의 품질을 재는 게 아니라 최근 주가 흐름의 상태를 재는 것에 가까워요. 들어가는 지표 대부분이 가격과 거래 데이터에서 나오거든요.
- ·사업이 잘되는지 모릅니다. 제품이 팔리는지, 경쟁사가 뭘 하는지, 경영진이 누군지 점수는 전혀 몰라요.
- ·악재를 구분 못 해요. 큰 악재로 주가가 급락하면 ‘많이 빠졌다’는 이유로 오히려 점수가 올라갈 수 있어요.
- ·재무 지표를 넣어도 마찬가지예요. 실제로 수익성 지표(ROE)를 검증했는데, 572표본에서 상관 0.225로 꽤 높게 보이던 게 9,800표본으로 늘리니 0.014로 주저앉았어요. 소수의 큰 승자가 만든 착시였어요.
그래서 점수가 높은 종목 목록을 ‘우량주 목록’처럼 읽으면 안 돼요. 그건 최근 숫자 상태가 특정 조건에 맞은 종목 목록이에요. 좋은 회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점수는 그 판단을 도와주지 못해요.
급락 종목에 벌점을 주려고 한 적이 있어요. 상식적이잖아요. 그런데 백테스트에서 급락 표본의 20일 뒤 평균이 +4.74%, 그 외가 +2.78%로 나왔어요. 상식과 반대였죠. 벌점은 롤백하고 경고 문구만 붙이기로 했어요. 점수와 ‘좋음’은 이렇게 자주 어긋나요.
오해 ③ 점수 차이가 작아도 순위를 믿는다
목록이 1위부터 줄 세워져 있으면 1위가 2위보다 낫다고 읽게 돼요.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그런데 87.4점과 86.9점 사이의 0.5점 차이가 의미가 있을까요?
대개는 없어요. 점수는 여러 지표를 합쳐 만든 값이고, 각 지표에는 측정 오차와 우연이 섞여 있어요.차이가 그 흔들림보다 작으면 순위는 사실상 무작위예요. 하루만 지나도 두 종목의 순서는 쉽게 바뀌고, 바뀌는 이유가 실질적인 변화가 아닐 때가 많아요.
| 상황 | 읽는 법 |
|---|---|
| 1위 88점 / 10위 62점 | 상위권과 하위권 사이엔 어느 정도 실질 차이가 있어요 |
| 1위 88.4점 / 2위 88.1점 | 사실상 동점. 순서에 의미를 두면 안 돼요 |
| 상위 10종목이 모두 80점대 | “이 중 누가 1등이냐”가 아니라 “이 10개가 한 묶음”으로 읽어야 해요 |
건강한 습관은 순위를 등급처럼 읽는 거예요. 1위·2위·3위가 아니라 ‘상위 묶음’으로요. 점수가 비슷한 종목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그 점수를 받았을 가능성도 커요. 누구는 과매도 가점으로, 누구는 거래량 가점으로 같은 점수에 도달했을 수 있거든요. 총점이 같다고 상황이 같은 게 아니에요.
합산의 역설 — 더 많이 합쳤는데 더 약해져요
이건 저희가 직접 겪고 한참 당황했던 현상이에요. 여러 지표를 합친 종합 점수가 개별 지표 하나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가 있었어요. 직관적으로는 말이 안 되죠. 정보를 더 넣었는데 왜 더 나빠지나요?
이유는 두 가지예요.
- ·반대 방향 신호가 서로 상쇄돼요. 앞 글에서 다룬 평균회귀와 추세추종을 떠올려 보세요. ‘많이 빠졌으니 오른다’는 과매도 가점과 ‘오르는 게 더 오른다’는 모멘텀 가점은 전제가 정반대예요. 둘을 같이 더하면 서로를 깎아먹어요. 합계는 중간 어딘가에 놓이고, 그 중간값은 어느 쪽 정보도 제대로 담고 있지 않아요.
- ·약한 신호가 강한 신호를 희석해요. 예측력이 거의 없는 지표를 섞으면 그 지표는 잡음만 보태요. 비중이 클수록 희석도 커지고요. 실제로 저희는 외국인·기관 수급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가, 9,800여 표본 5년치에서 이후 수익률과의 상관이 사실상 0으로 나와 비중을 절반으로 내렸어요. 그전까지 그 항목은 다른 항목이 만든 신호를 계속 물로 희석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항목을 더하는 건 언제나 이득이 아니에요.더할 때마다 “이게 기존 신호를 도와주나, 지워버리나”를 확인해야 해요.확인 없이 늘린 항목은 보험이 아니라 물타기예요.
이건 앞 글의 롤백 사건과도 이어져요. 변동성이 클 때 모멘텀 가점을 빼는 규칙을 넣었더니 예측력이 음수로 뒤집혔고, 원인을 보니 모멘텀이 아니라 과매도 가점이었어요. 항목들이 서로를 상쇄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나를 건드리자 가려져 있던 문제가 드러난 거죠. 합산 점수는 항목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 항목끼리의 관계예요.
반복 페널티는 왜 필요한가요
점수 계산이 결정적(같은 입력이면 같은 출력)이라면, 조건이 크게 안 바뀌는 종목은 계속 상위에 남아요. 수학적으로는 옳은 동작이에요. 그런데 목록으로서는 망가집니다.
같은 종목이 열흘 내내 1위면 열흘째 목록은 정보를 거의 주지 않아요. 이미 아는 이름을 다시 보는 것뿐이니까요. 목록의 가치는 ‘점수가 정확한가’만이 아니라 ‘새로운 걸 보여주는가’에도 있어요.
- ·정보량이 줄어요. 매번 같은 이름이면 목록을 확인할 이유가 사라져요.
- ·한쪽으로 쏠려요. 특정 종목만 계속 노출되면 보는 사람의 관심도 거기 묶여요.
- ·구조적 편향이 가려져요. 어떤 종목이 계속 1위라는 건 점수 설계가 그 종목의 특성에 잘 맞는다는 뜻일 수 있어요. 성능이 아니라 편향일 수 있죠.
그래서 최근에 자주 나온 종목의 점수를 조금 깎는 반복 페널티를 넣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이건 예측력을 높이는 장치가 아니에요. 오히려 순수한 점수 기준으로는 손해예요.목록이 정보를 잃지 않게 하려고 예측 성능을 조금 내주는 선택이에요. 그 교환을 의도적으로 했다는 걸 밝혀 둘게요.
상관 0.02~0.05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가요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에요. 저희가 검증한 지표들의 상관은 대체로 0.02~0.05예요. 숫자만 보면 감이 안 오니까 감각적으로 풀어볼게요.
| 상관계수 | 체감 | 예시 |
|---|---|---|
| 0.9 이상 | 거의 같은 것 | 키와 몸무게 수준도 아닌, 사실상 같은 걸 두 번 잰 것 |
| 0.5 | 눈에 보이는 관계 | 키와 몸무게 정도. 흩어져 있지만 경향이 보임 |
| 0.2 | 자세히 봐야 보임 | 점을 많이 찍어야 겨우 기울기가 느껴짐 |
| 0.02~0.05 | 거의 안 보임 | 점을 찍으면 그냥 구름. 기울기는 계산기로만 확인 가능 |
더 직관적으로 말할게요. 상관 0.03이란 건, 점수가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을 비교했을 때평균이 아주 약간 다르지만 두 집단의 분포가 거의 겹친다는 뜻이에요. 점수 상위 집단에도 크게 빠지는 종목이 잔뜩 있고, 하위 집단에도 크게 오르는 종목이 잔뜩 있어요. 겹치는 면적이 압도적이고, 차이는 그 가장자리에 살짝 있을 뿐이에요.
또 이렇게 생각해도 좋아요. 이 정도 상관은 한 종목을 놓고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수백 번 반복해야 비로소 평균에서 흔적이 보이는 크기예요. 카지노의 하우스 엣지와 비슷해요. 한 판에는 아무 의미 없지만 만 판을 돌리면 드러나는 정도요. 차이는, 카지노는 판 수를 통제할 수 있지만 개인 투자자는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 값은 안정적이지도 않아요. 0.03과 −0.03 사이를 오가요. 절댓값이 0.03인 신호에서 부호가 뒤집히는 건 드문 사고가 아니라 흔한 일이에요.
같이 밝혀 둘 게 있어요. 분석 대상이 현재 시총 상위 종목이라 생존편향이 있어요. 중간에 사라진 종목은 처음부터 표본에 없죠. 그리고 검증 구간에 상승장이 많이 포함돼 있어요. 위 숫자들은 이 조건 위에서 나온 값이에요.
그럼 점수를 어떻게 쓰면 되나요
약한 도구라고 해서 쓸모없는 건 아니에요. 다만 약한 도구답게 써야 해요.
- ·후보를 좁히는 데까지만 쓰세요. 수백 종목을 매일 볼 수는 없으니, 볼 목록을 줄이는 도구로 쓰는 거예요. 여기까지가 점수가 실제로 잘하는 일이에요.
- ·판단은 직접 하세요. 좁혀진 목록을 놓고 사업이 뭔지,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이 숫자가 나왔는지는 사람이 확인해야 해요. 점수는 그걸 대신해 주지 않아요.
- ·왜 올라왔는지 이유를 보세요. 총점보다 어떤 항목에서 점수를 받았는지가 훨씬 정보가 많아요. 과매도로 올라온 것과 거래량으로 올라온 건 완전히 다른 상황이에요.
- ·점수를 확신의 크기로 번역하지 마세요. 90점이라고 확신이 90%인 게 아니에요. 점수 차이를 베팅 크기로 환산하는 순간, 상관 0.03짜리 신호에 큰돈을 거는 셈이 돼요.
정리하면 점수는 지도가 아니라 손전등이에요. 어디로 가라고 말해주지 않고, 어두운 곳 중 어디를 먼저 비춰볼지 정도만 알려줘요. 그 정도로 쓰면 꽤 쓸모 있고, 그 이상으로 믿으면 제일 비싼 실수가 돼요.
정리
- ·종합 점수는 여러 지표를 각각 점수로 바꿔 비중을 곱해 더한 값이에요. 그 비중은 사람이 정한 설계 결정이고요.
- ·높은 점수 ≠ 오른다. 과거 평균이 아주 약간 나았다는 뜻이고, 시장 상황에 따라 부호가 뒤집혀요.
- ·높은 점수 ≠ 좋은 회사. 점수는 사업을 모르고, 악재도 구분 못 해요.
- ·점수 차이가 작으면 순위는 무작위예요. 등수가 아니라 묶음으로 읽으세요.
- ·항목을 더할수록 좋아지는 게 아니에요. 반대 신호는 상쇄되고 약한 신호는 희석시켜요.
- ·반복 페널티는 예측력을 조금 내주고 목록의 정보량을 지키는 의도적 교환이에요.
- ·상관 0.02~0.05는 한 종목에는 아무 말도 못 하는 크기예요. 후보를 좁히는 데까지만 쓰세요.